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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스케이프_물我一體』

 

워터스케이프(Water_scape)는 ‘물 풍경’이란 뜻으로 ‘물을 이용하여 그린 물그림’이라는 중의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물은 작품의 소재, 주요 표현기법, 그리고 그 안에 함축된 의미 모두를 담는 하나의 그릇이다. 물이라는 메타포를 통하여 생명의 본질과 존재의 원형에 대한 시각적 고찰을 다룬다. 부제인 ‘물我一體’는 물(water)과 나의 혼연일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번 전시의 핵심 화두이다. 주체와 객체, 관념과 현실, 물질계와 정신계 등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이항대립적 관계로부터 벗어나 바깥 사물과 내가 하나 되는 비분별지의 세계를 어떻게 물이라는 매개를 통해 드러낼 수 있을까?

 

비정형의 물을 그린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애초에 물의 외형적 재현보다는 물이 지닌 속성들(유동성, 가변성, 정명성)을 통해 생명의 본질과 존재의 원형을 시각적으로 조형화하는데 초점을 두었다. 그래서 물로써 물을 그린다. 보통 한 작품을 시작하면 단숨에 완성하곤 하는데, 끊임없이 흐르는 물을 컨트롤하는 최선의 방법은 그저 흐르는 물에 몸을 맡기고 물과 함께 흐르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나의 의지가 앞설라치면 선은 딱딱하고 생명성은 사라진다. 그만큼 고도의 집중력과 몰입을 요구하며, 즉흥성과 우연성은 워터스케이프의 필수불가결한 조형적 특징 중 하나이다. 이성의 개입은 최소화하되 직관과 본능에 집중한다. 물과 내가 일체 되었노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작업을 하는 내내 나는 늘 물과 땀과 눈물로 범벅이 되곤 한다.

 

나에게 블루는 현실적인 듯 비현실적인 색이다. 투명한 블루는 자궁처럼 평안한 감정을 주는 동시에 나를 현실 너머 어딘가로 이끄는 힘이 있다. 원초적 끌림이랄까! 푸른 공간에서 유영하며 춤을 추는 물풀은 뒬레즈의 노마디즘적 사유를 드러낸다. 뭉치고 흩어지는 가운데 풀들은 무언가 새로운 생명체를 형성하고, 이는 원초적 욕망으로써의 생성의 힘을 느끼게 한다. 리좀(rhizome)과 같이 자유로운 방향성을 띠고 흔들리며 흐르는 상태를 통해 원형적 존재에 대한 그리움과 끊임없이 탈영토화를 꿈꾸는 자아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모든 인위와 인욕이 사라진 순수본성 그대로의 상태, 즉 절대자유를 꿈꾸는 물풀들. 나는 과연 물인가 풀인가?

 

2015 송창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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