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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ERSCAPE

이지민 영은미술관 학예팀장

 

커다란 화폭 속에 아지랑이처럼 피어 오르거나, 모노톤의 색과 터치의 흐름이 강렬하면서도 부드럽게 쌓여가며 작가만의 아우라를 뿜어낸다. 작품의 소재, 주된 기법, 그 속에 함축된 의미, 이 모든 것을 상징하는 공동 주체는 바로 ‘물’이다.

 

물을 이용하여 그린 물 풍경’이라는 이중적 의미. 즉, 'Waterscape'는 말 그대로

'물을 소재로 그린 물풍경‘ (The scape of water)과 ’물로 그린 풍경‘ (The scape by water)을 의미한다.

- 작가노트 중

 

‘물’은 작가가 은유적으로 혹은 직설적으로 표현하고픈 모든 것들을 총망라하며, 그 대상은 이 세상에 존재하든, 존재하지 않든 작가가 느끼고 바라보는 모든 매개체를 상징한다. 4년전 작가는 미국에서의 석사과정, 다양한 작품 활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직후, 마음 속으로부터 깊숙이 내재되어 있던 회오리가 일어나며 그간 자각치 못했던 자아분열을 느끼게 된다. 이 후 작가는 온전히 감정에만 충실했을 뿐, 이성적 사고나 내면 속에 늘 있던 존재론적 대상체를 간과해 왔음을 깨닫는다. 이는 결국 ‘물’ 이라는 하나의 주된 매개체로 귀결되며 그로부터 다양한 파장이 쏟아져 나오기에 이른다.

 

예컨대, 바다를 맞닥뜨렸을 때 바다만이 지닌 시원함, 그로부터 전해지는 강한 힐링 속에서 작가는 충만한 희열을 느끼고 ‘물’ 이 지닌 고유의 주파수와 강렬한 파동을 느낀다. 이러한 감정들의 일면에 있어 뭇사람들이 느끼고 표현하는 것 역시 어떠한 특별함을 지니기 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희노애락, 양면적인 것들을 ‘물에서 느껴지는 흐름’을 통해 은유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것이리라.

 

흑연으로 밑 작업이 되어있는 작품 화면에 붓 대신 공기 압축기로 분사하며 색을 축적해 가고, 축적된 색면에 물로 다시 지워가며 화면을 구축해 가는데 이는 물의 정명성, 즉 더러운 것을 닦아내는 정화의 기능도 함축하고 있다.

 

정적이기 보다, 때로는 액션페인팅을 하듯 격렬함을 동반한 작업 과정이 매우 독특하다. 대부분 작가들이 그러하듯, 송창애 작가 역시 순간의 집중력을 요하는데 이는 ‘결과물 보다 그 순간의 행위가 훨씬 중요하다’ 라는 작가의 표현과 일맥상통하며, 작가 스스로의 에너지 관리 또한 매우 중요함을 공감할 수 있다.

 

송창애식 ‘물’의 표현을 통해 이 세상의 모든 존재와 삶과 죽음, 빛과 어둠이 무한히 반추된다. 어둠 속에서 밝음이 있고, 밝음 속에 어둠이 있듯 서로 상반된 존재들을 통해 이 세상에존재함을 보고 느낄 수 있다. ‘물’의 형상을 떠나 이 세상 모든 것을 ‘물’ 로 표현하고 싶다는작가는 불규칙 불특정이 아닌, 작가 고유의 주파수와 파동을 지닌 매개체를 무한히 보여주고자 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물’이라는 매개체로 하여금 인간에 대한 존재론적 고민과 삶에 대한 통찰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자 한 명상의 공간을 마음껏 공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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