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2010 MESS_Haiti

 

문신미술관 빛 갤러리에서 선보이는 설치 작업 MESS_Haiti는 제목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있듯이 최근에 발생한 남아메리카 아이티의 대지진 참사애서 영감을 얻어 비롯되었다. 대자연의 재앙 앞에 무기력하게 무너져 내린 건물, 잿더미와 여기저기에 널부러져 있는 시신들의 파편들을 보면서 자연의 대재앙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무력할 수 밖에 없는지, 결국은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인 점을 다시 한 번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모든 것들이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하고 혼돈과 절망, 방황만이 존재하는 현실. 전체는 부서지고 파괴되어 조각조각 파편으로 흩어지고, 이 파편들은 아주 가는 줄 하나에 자신의 몸을 지탱하고 중력에 저항하며 공중에서 간신히 버티고 있다. 작은 미풍이라도 불라치면 금방 땅으로 떨어져 산산조각이 날 것만 같이 나약하고 위태롭다. 그들의 위태로움은 벽에 비춰진 그림자에 투영되어 미세한 떨림으로 포착된다. 아주 가까이서 다가서지 않는 한 실재(오브제)와 환영(그림자)의 경계가 모호하다.

 

작품의 주재료로 쓰인 노란색의 오브제는 'found object'로써 도로나 주차장에 경계나 보호를 목적으로 칠해진 노란 페인트이다. 2008년 비디오 작업 'Walking project'를 제작하며 처음 발견한 이 재료는 그 후 세 번에 걸쳐 설치 작업으로 시도되었는데 (I. Neo Jinkyungsansoo, 2008/ II. Where We Cannot Go, 2009/ III. MESS - Haiti, 2010), 이번 작품 MESS - Haiti 가 세 번째이다. 우선, 재료가 갖고 있는 상징성에 주안점을 두었는데, 이 노란 도로 표지용 페인트는 세계 곳곳에서 공용되는 재료로써 하나의 상징적 기호색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노란색으로부터 연상되는 다양한 상징적 또는 심리적 의미가 있겠으나, 본인의 작업에 사용된 노란색의 의미는 잘 정비된 도로망이 함축하듯 시스템화된 산업사회의 구조를 상징한다. 처음에 칠해진 깨끗한 노란색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퇴색하고 남아서 벗겨지게 되는데, 여기에 새로운 칠이 덧발라짐으로써 페인트가 두꺼위지고, 이 과정이 반복되고 축적됨으로써 자연스럽게 겹겹이 쌍인 페인트 껍질 안에는 고스란히 '시간'이 담기게 된다. 즉, 시간의 축적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재료가 아이티의 대지진 참사와 무슨 연관성이 있다는 것인가? 본인이 처음 뉴스보도를 통해 본 아이티는 마치 하나의 체계 또는 구조가 초전박살이 나서 붕괴된 혼돈의 상태였다. 현대 산업자본주의 사회를 상징하는 듯한, 반듯하고 깨끗했던 도로의 노란 페인트 선과 면은 온 데 간 데 없다. 본래의 모습, 원형을 상상하기 힘들 만큼 파괴되고 혼란스러운 아이티의 현실을 표현하기 위해 아이티의 지도 형상을 작품의 오른쪽 하단에 노란 페인트 조각으로 재현하였다. 반면, 왼쪽 바닥에는 자연의 원형을 상징하는 나선형을 표현하였는데, 부분적으로 맥이 끊기고 부서진 불완전한 형상이다. 이는 자연과 인간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이 되어 순환하는 과정을 보여주되 현재의 파괴되고 불안정하고 현실울 암시한다. 따라서 관람자는 한 화면, 즉 한 공간에서 질서와 무질서, 생성과 소멸, 또는 건설과 파괴 등 자연현상의 이중적 패러다임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나아가 동양사상과 철학의 기본사상 중 하나인 끊임없이 순환하는 자연과 우주의 섭리를 감상할 수 있도록 명상적 공간 창출에 주안점을 두었다.


2010년 송창애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