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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ERSCAPE I_Grow
워터스케이프 1_자란다
Traditional pigment, jangji, water drawing
전통 안료, 장지, 물 드로잉
2013
물풀은 나의 내면 깊은 곳에 잠들어 있는 근원적인 욕망에 대한 표상이다. 물결이 흐른 뒤 2여년이 지난 어느 날, 나는 무언가 새로운 기운에 전이라도 된 듯, 한동안 수평적으로 평온하게 흐르던 물의 기운 속에서 중력을 거슬러 위를 향해 솟구치는 강한 힘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평소 특별히 욕구하거나 사유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창작과정 중에 일어나는 조형적 변화들에 집중하는 나는, 처음 물결이 흐를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흐르는 물을 따라 직관적으로 반응하였다. 그리고 얼마 후, 물풀들이 자라기 시작했다. 사실 처음에는 그 형상들이 무엇인지 잘 몰랐다. 실같은 선들이 뭉치고 흩어지는 가운데 무언가 새로운 생명체를 형성하듯, 원초적인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강한 생성의 힘이 발산되었을 뿐.
춤을 추듯 푸른 물 속에서 유영하는 물풀들은 리좀처럼 자유로운 방향성을 띠며, 흔들리고 흐르는 상태를 통해 탈영토화를 꿈꾸는 순수자아의 자유의지에 대한 표출처럼 느껴졌다. 인욕과 인위가 사라진 순수 본성 그대로의 상태, 즉 절대자유를 꿈꾸는 모든 존재 의식의 심층에 깔려있는 가장 깊고 근원적인 욕망의 힘, 그것이 내 안에서 스멀스멀 자라고 있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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