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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ERSCAPE I_Flow

​워터스케이프 1_흐르다

2021

“만일 나의 가슴 저 밑바닥으로부터 

저절로 흘러나오는 것이 있다면”

나의 삶과 예술세계에서 물을 만난 것은 진정 행운이었다. 그야말로 물결이 흐르기 전까지 나는 심히 암흑 같은 시간을 견뎌야만 했다. 텅 빈 캔버스 앞에서 울먹이던 2012년 여름 어느 날, 손가락 마디마디에서 전해지는 미세한 근질거림과 가슴 속에서 출렁이는 묘한 기운에 휩싸여 나는 즉흥적으로 하얀 캔버스 전면을 흑연으로 시커멓게 도포했다. 그리고 공기압축기로 바람(이후 물로 전환됨)을 일으켜 흑연을 지워 하얀 본바탕을 드러내며 무언가에 홀린 듯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약 1시간이 흘렀을까. 나는 미처 예기치 못한 낯선 풍경과 대면했다. 휘몰아치듯 역동하는 검은 물결의 파동이 온 공간에 진동하고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물은 그렇게 밖으로 향하던 나의 시선을 내면으로 이끌며 막혔던 나의 숨통을 ‘툭’ 터 주었다. 그동안 나를 분열시키던 모든 이항대립적 개념들(주체와 객체, 관념과 현실, 현상성과 현존성 등)의 틈 사이로 물이 스며들며, 나는 비로소 나의 존재와 세계를 좀 더 깊이 사랑하게 되었고, 이내 물을 통한 새로운 미적 가치와 미적 이상을 재구축하게 되었다. 

Art statements ▶
 

Cr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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