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TERSCAPE I_Bloom
워터스케이프 1_피어나다
Traditional pigment, jangji, water drawing
전통 안료, 장지, 물 드로잉
2016
“불완전한 존재의 완전성에 대한 그리움과 본성회귀에 대한 표상이 있다면”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자 물결과 물풀이 순차적으로 흘러 나왔다. 과연, 다음에는 무엇이 흘러나올까. 나는 본성과 직관에 더욱 집중하기 시작했다. 물이 이끄는 대로 흐르니 만사가 한결 평온하고 순조로워졌다. 우주자연의 이치가 이런 것일까? 존재의 본질이 이런 것일까? 그동안 분열되었던 삶과 예술이 하나로 통합되면서, 마침내 나의 오랜 숙원이었던 창조적 행위에 의한 존재론적 성장을 도모할 수 있게 되었다.
물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그리고 흘러 어딘가를 향向한다. 나는 물의 파동을 통해 늘 어디론가 향 하고자 하는, 나의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는 그 원초적 힘의 근원이 궁금하였다. 우리는 왜, 어디로 가는 것일까? 물결이 흐르고 물풀이 자라는 과정을 통해 내 안의 식물성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것을 ‘자연의 일부로서의 인간’으로 치부하기에는 석연치 않았다. 나는 나의 내밀한 욕망을 더욱 집요하게 응시했다. 물은 계속 흐르고, 나는 그 속에서 모든 생명의 원천적 힘을 쫓기 위해 집중했다. 그러나 결국, 그토록 갈구하던 힘의 실체는 시각적으로 드러나는 것 이외의 지점에 맞닿아 있음을 깨달았다. 그것은 표면이 아닌 이면으로부터 드러나는 일렁임 또는 흔들림 속에 아주 잠시 드러나는 것일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