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MæSS_山水火風
아브 그라이브 스캔들 이후의 회화: MæSS 연작에 관한 연구
MASS & MESS
MæSS는 최근 몇 년간 진행 중인 회화작업의 주요 타이틀이자 핵심주제이다. MaeSS는 1) mass(군중/다수/덩어리)와 2) mess(혼란/카오스/엔트로피)의 합성어로 의미는 서로 다르나 발음이 같은 단어이다. 이는 기표의 다중적 해석(multiple interpretations)을 꾀하기 위한 의도적인 장치로써 인간을 포함한 우주 자연의 ‘한 덩어리 의식(oneness)’을 중심주제로 삼는다. 山水火風은 부주제로서 이번 전시를 통해 새롭게 연구하고 있는 소재이자 주요 개념을 함축하고 있는데, 이 또한 이중적 해석이 가능하다. 첫째는 동양예술의 진미인 1) 山水畵 양식을 의미하고, 둘째는 불가사상에서 말하는 인간과 우주를 구성하는 사대요소인2) 地. 水. 火. 風을 의미한다. 이번 “MæSS_山水火風”展은 이전 작업에서 주로 다뤄왔던 萬物制動과 萬物流轉 사상을 바탕으로 하되 좀 더 심도 있게 연구하기 위하여 ‘산수화풍’이라는 구체적인 개념을 도입하였다.
MæSS의 주요 화두는 ‘인간과 자연/환경’이다. 역사 이래 끊임없이 발생하는 전쟁, 테러, 폭력, 그리고 자연재해 등은 개인의 의식뿐만 아니라 전체 사회 집단의식에도 지울 수 없는 기억이나 상흔을 남긴다. 이는 나아가 미래의 개인과 집단 정체성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데 이를 ‘사회적 외상(social trauma)’이라고 한다. 최근 들어 미디어를 통해 더욱 빈번하게 접하는 일련의 사건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천재지변(지진, 화산, 태풍, 쓰나미 등)을 보면서, 이러한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다중적 본성, 삶의 터전인 환경문제, 그리고 인간과 자연/환경 사이에 내재한 복잡하면서도 필연적인 공생관계 등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그러한 문제들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나는 MæSS 연작을 통해 개인이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받는 심리적 외상을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살펴본 후, 이것이 어떻게 집단 사회적 외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문화사회학적 관점에서 연구하고자 한다. 즉, MæSS 연작은 이에 대한 예술적 반성의 표현이며, 상징과 은유를 통해 제시된 시각적 고찰이다.
Abu Ghraib & Human Pyramid
화면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는 인간이다. 무수한 인간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덩어리로써의 자연을 형성한다. 이중관점(dual perspectives)과 스케일(scale)이라는 시각적 방법론을 이용하여 인간, 자연/환경, 그리고 사회구조와의 복잡하고 밀접한 상호관계를 설명한다. MæSS 연작에서 쓰이는 인간형상은 2004년 이라크전쟁 당시, 전 세계적으로 정치적,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아부 그라이브 포로학대 스캔들(Abu Ghraib detainee‘s scandal) 사진으로부터 차용되었는데, 이는 지난 10여 년 간 내가 미국이라는 특정 공간에서 경험했던 가장 충격적이고 트라우메틱한 사건이었다. 발가벗겨진 채 쌓아올려진 인간피라미드의 사진을 매스미디어를 통해 처음 마주한 순간 느꼈던 수치감, 모멸감, 분노, 슬픔 등 매우 복합적이고 아이러니한 감정들은 단순한 감정의 동요를 넘어 심각한 내적 분열을 일으키고 오랜 시간 지워지지 않는 심리적 외상을 입혔다. 또한 이 사건은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가중시키고, 보편적 도덕성과 믿음체계에 대한 의구심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혼란스럽고 불안정한 내면의 질서를 되찾기 위한 방편으로 읽은 철학서 중에 마틴 하이데거의『시간과 존재』는 당시의 고민과 질문들에 대한 답을 주고, 새로운 가치체계를 구축하는데 실마리를 제공하였다. ‘현존재’와 ‘세계-내-존재’에 대한 본질적인 구조의 이해와 ‘자아-타자-대타자’에 대한 인식의 확장에 중요한 지침서가 되었다. 이로 인하여 MæSS라는 새로운 작업세계가 열리게 되었다. 다분히 개인적인 심리적, 정신적 외상에 대한 고민과 질문, 그리고 치유로부터 시작 된 MæSS 연작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좀 더 보편적이고 집단적인 질문, 즉 인간의 다중적 본성과 동시대의 환경문제와 관련된 인간사 전반에 대한 주제로 진화하게 되었다.
불의 정신분석
2010년까지 선 보였던 MæSS 연작이 주로 ‘한 덩어리 의식’이라는 주제에 초점을 맞춰 인간과 자연의 공생관계를 생성, 소멸, 변화, 순환하는 우주자연의 기본 원리에 입각하여 시각조형언어로서 탐구하였다면, 이번 MæSS_山水火風 연작은 이러한 사상을 근간으로 하되 地. 水. 火. 風이라는 사대요소를 도입하여 각 요소를 인간의 본성과 연계하여 좀 더 정신분석학적 측면에서 접근하고자 하였다. 예를 들어, 이번 작업에서의 두드러진 변화는 붉은 색의 전면적 사용이다. 붉은 색은 불과 열을 의미한다. 체온이 일정 수준 이하 또는 이상일 경우 인간은 죽는다. 그러므로 열은 실체의 풍부함과 영속성을 말해주는 대표적인 증거이자 생의 강도, 존재의 강도를 파악할 수 있는 척도이다. 불은 인간의 감정 중 뜨거운 감정, 즉 본능, 욕망, 욕구 등과 관련이 있다. 무언가 원초적인 것과 현실적인 것과의 충돌이 존재한다. 10여 년간의 외지에서의 삶을 접고 귀국한 지 어느새 2년. 물리적 공간의 이동은 심리적, 정신적 변화를 필연적으로 수반하고, 이로 인한 또 한 번의 내적 혼란과 분열, 그리고 재귀현상을 체험한다. 마치 오랜 시간 사유공간에서 떠돌다가 이제야 비로소 땅에 발이 맞닿는 현실공간으로 들어 온 느낌이다. 귀국 이후 내면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감정의 변이에 관심을 두고, 이를 맨 처음 아브 그라이브 인간피라미드 사진을 대면했을 당시에 체험했던 복합적인 감정들과 연계하여 정신분석학적 측면에서 재조명해보고자 시도하였다. 단 한 장의 사진으로부터 받았던 그 복합적인 감정들은 어쩌면 나를 포함한 모든 인간이 지니고 있는 근원적 본성이 아닐는지. 작품 속의 붉은 색은 관람자로 하여금 원초적인 감정과 본능을 일으키게 하는 수단이며, 아래로 흐르는 수직방향의 선들은 시간의 부식성과 중력에 저항할 수 없는 인간의 한계를 은유적으로 암시한다. 가스통 바슐라르는 고대의 철학자나 연금술사들이 그랬던 것처럼 인간의 온갖 광기어린 상상과 꿈 등을 대지, 물, 불, 공기라는 4원소에 입각하여 분류하였는데, 그의 저서『불의 정신분석 La psychanalyse feu』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불에 의해 모든 것이 변한다. 모든 것이 변하기를 바랄 때 사람들은 불을 부른다......불에 의한 현상은 다른 어떤 현상보다도 감각적이다. 그것은 다른 어떤 것보다도 잘 감시해야 하는 현상이다. 그것을 활활 타오르게 하거나 아니면 시들하게 가라앉혀야 한다. 어떤 실존을 표시하는 사랑의 순간(instant)처럼 어떤 실체를 표시하는 불의 점(point)을 포착해야 한다.” 이렇듯 불은 죽음과 생명의 이중적 속성을 지니며, 다른 무엇보다 예민하면서도 실체의 내면 깊은 곳에 흔적을 남기고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요소이다.
서두에서 이미 언급했듯이, MæSS연작의 가장 중요한 주제는 인간과 자연을 포함한 ‘한 덩어리 의식(oneness)’이다. 하지만 그 외 관람자로 하여금 기표의 다중적 해석을 유도하고자 mass와 mess를 합성하여 새로운 복합어를 만들었다. 현대는 그 어느 때보다도 관계망(network)이 강조되는 시대이다. 최근 한국을 비롯하여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SNS(Social Network System)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망이 서로 얽히고 섞여서 마치 거대한 초생물체를 형성하는 것 같다. 그 무엇도 어느 누구도 독자적으로 존재할 수는 없다. 모든 우주만물은 서로 연결되어 공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엔트로피와 같은 혼란, 마찰, 무질서의 현상은 필연적일지도 모른다. 사회학자인 제레미 리프킨은 그의 저서『엔트로피』에서 이러한 개념(제 2열역학법칙 또는 엔트로피 법칙)이 어떻게 사회문화현상에 적용될 수 있는지를 말한 바 있다. 즉, 엔트로피는 파괴와 구축이라는 양면성을 띠는데, 모든 것은 효용성의 문제가 있을 뿐 한 방향만을 추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MæSS 연작은 이러한 속성, 즉 양가성(ambivalence)을 전제로 한다. 인간의 이중적 본성은 물론 전쟁의 양면성을 표현하기 위하여 최초의 인간피라미드를 드로잉한 후 복사기를 이용하여 끊임없는 반복과 축적의 단계를 거쳐 복제하는데, 이 과정에서 파괴(destruction)와 구축(construction)이라는 두 가지 속성이 드러난다. 이렇게 복제된 이미지는 콜라지 기법을 통해 또 다른 풍경으로 재구성(reconstruction)되고, 이 지점에서 인간과 자연은 하나의 유기체 덩어리가 된다. 자연은 인간으로 인간은 자연의 일부로 변환하는 순간과 과정. 경계는 모호하다. 과연, 인간이란 존재는 생물학적 관점에서 볼 때와 같이 단지 우주를 구성하는 모든 다른 유기물과 별반 다름없는 유한한 생명체에 불과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좀 더 이성적이고 초월적인 존재인가?
2011년 송창애
2011 MæSS_山水火風
Painting after Abu Ghraib Scandal: A Study on the MæSS Series
MASS & MESS
MæSS is the main title and central theme of the painting series that has been in development in recent years.
MæSS combines two concepts: 1) 'mass' (representing a group, multiple, or lump) and 2) 'message' (denoting confusion, chaos, or entropy). Although they have different meanings, they share the same pronunciation. This is an intentional device for the multiple interpretations of signifiers, and takes the 'oneness' of space nature, including humans, as the central theme. As a sub-topic, 山水火風 is a newly explored subject that introduces a major concept in this exhibition, offering two possible interpretations. First, it means 1) the style of 山水畵(Mountain painting), which is the beauty of Eastern art, Second, it means 地(earth). 水(water), 火(fire), and 風(air), which are the four major elements that make up the human being and the universe in Buddhist thought. This MæSS_山水火風”展 is based on the idea of 萬物制動 and 萬物流轉, which have been mainly dealt with in previous work, but introduced a specific concept of "山 水 火 風" for more in-depth research.
he main theme of MæSS is 'human and nature/environment.' War, terrorism, violence, and natural disasters that have persisted throughout history leave indelible marks and scars not only on individual consciousness but also on collective social awareness. Furthermore, these events have a profound impact on both future individual and collective identities, a phenomenon known as 'social trauma.' In recent years, a series of events encountered more frequently through the media, especially natural disasters (earthquakes, volcanoes, typhoons, tsunamis), have raised interest in human multiple nature, environmental issues, and the complex and inevitable symbiotic relationship between humans and nature/environment. I would like to examine the psychological trauma that individuals receive consciously or unconsciously through the MæSS series from a psychoanalytic perspective, and then study how it can lead to collective and social trauma from a cultural and sociological perspective. In other words, the MæSS series is an expression of artistic reflection on this, and is a visual consideration presented through symbols and metaphors.
Abu Ghraib & Human Pyramid
The basic unit of screen is human. Countless humans come together to form nature as a huge mass. Using visual methodologies called dual perspectives and scale, we explain complex and close interrelationships with humans, nature/environment, and social structures. In the MæSS series, the human figure is derived from a surgical photograph of Abu Ghraib detainees, a highly controversial political and social issue that emerged during the 2004 Iraq War. This event was one of the most shocking and traumatic experiences I encountered in the United States over the past decade. The complex and ironic emotions—shame, insult, anger, and sadness—that I felt upon first seeing the image of a human pyramid of naked detainees through mass media transcended mere emotional agitation, leading to profound internal conflict and lasting psychological trauma. Additionally, this incident intensified the confusion over identity and sparked doubts about universal morality and belief systems. Martin Heidegger's 『Being and Time』, among the philosophy books I read at the time to restore my chaotic and unstable inner order, addressed my concerns and questions and offered insights for establishing a new value system. It has become an important guide for understanding the essential structure of 'Da-sein: there-being' and 'Being-in-the-world' and expanding awareness of 'self-other-big other'. This opened a new working world called MæSS. The MæSS series, which began with concerns, questions, and healing about personal psychological and mental trauma, evolved over time into a more universal and collective question, that is, a topic of human history as a whole related to human multiple nature and contemporary environmental issues.
Psychoanalysis of Fire
If the MæSS series, which was presented until 2010, mainly focused on the theme of Oneness and explored the symbiotic relationship between humans and nature as a visual shaping language based on the basic principles of space nature that creates, extinguishes, changes, and circulates, This series, MæSS_山水火風, builds on this concept by introducing the four major elements—地(earth), 水(water), 火(fire), and 風(air). It aims to approach each element from a psychoanalytic perspective, linking them with aspects of human nature. The overall use of red, for example, is the noticeable change in this work. Red means fire and heat. Humans die if their body temperature is below or above a certain level. Therefore, heat is a representative evidence of the richness and permanence of an entity, and a measure of the intensity of life and existence. Fire is related to hot human emotions, such as instincts, desires, and desires. There is a conflict between the original and the realistic. Two years after returning home after ending 10 years of living abroad. The movement of physical space inevitably entails psychological and mental changes, and another internal confusion, division, and recursive phenomenon are experienced. It feels as if I have finally entered a real space where my feet touch the ground after wandering in someone else's private space for a long time. After returning to Korea, I was interested in the subtle changes of emotions that occur inside me, and I tried to re-examine them from a psychoanalytic perspective by linking them with the complex emotions I experienced when I first faced Abu Ghraib's Human Pyramid photo. Perhaps the complex emotions I received from a single photo are the fundamental nature of all humans, including myself. The red color in the work is a means for the viewer to evoke raw emotions and instincts, and the vertical lines flowing down metaphorically imply the corrosiveness of time and the limitations of humans that cannot resist gravity. Gaston Bachelard classified all kinds of mad imaginations and dreams of man based on the four elements of earth, water, fire, and air, as ancient philosophers and alchemists did, In his book Psychoanalysis of Fire (La Psychanalyse peu), he says: "Everything is changed by fire. People call fire when they want everything to change. ...The phenomenon of fire is more sensuous than any other phenomenon. It is a phenomenon that must be monitored better than anything else. You have to make it burn or wither. You have to capture a point of fire that marks an entity, like an instant of love that marks an existence." As such, fire has the dual nature of death and life, and is more sensitive than anything else, and it is an element that leaves traces deep inside the substance and evokes emotions.
As already mentioned at the outset, the most important theme of the MæSS series is 'oneness', including humans and nature. However, in order to induce the viewers to interpret multiple signifiers, mass and message were synthesized to create a new compound word. The modern era is an era in which network is more emphasized than ever. Recently, it is none other than the Social Network System (SNS) that is creating a new paradigm in Korea and around the world. It is as if invisible networks are intertwined and mixed together to form a giant superorganism. No one can exist independently of anything. Because all things in the universe are connected to each other and coexist. And phenomena of confusion, friction, and disorder such as entropy that occur in this process may be inevitable. In his book Entropy, sociologist Jeremy Rifkin mentioned how these concepts (the Second law of Thermodynamics or the Entropy Law) can be applied to socio-cultural phenomena. In other words, entropy has both sides of destruction and construction, and everything has a problem of utility and cannot pursue only one direction. The MæSS series presupposes this property, that is, ambivalence. In order to express the dual nature of humans as well as the two sides of war, the first human pyramid is drawn and then replicated through constant repetition and accumulation steps using a photocopier, In this process, the dual properties of destruction and construction are revealed. The duplicated images are then reconstructed into a new landscape using collage techniques, transforming humans and nature into a collective mass of organisms. The moment and process of converting nature into humans and humans into parts of nature. The boundaries are ambiguous. Indeed, is human being just a finite creature, as seen from a biological point of view, that is little more than all the other organic matter that makes up the universe? Otherwise, is it a more rational and transcendent being?
2011 Chang-Ae Song